법신논단 세 살 법교육 여든까지
쉬 잊혀지기 마련
일상과 밀접한 법
어릴 때 교육 중요
교사용 법 강의안
만들 때 보니
일부 교사들
법 지식수준 높지 않아
학생 질문받기 꺼려
공동체 흔드는 양극화
현안이 된 학교 폭력도
상당 부분 교육 문제
민주사회 버팀목인
건전한 법의식 위한
큰 그림 필요한 때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나이 들어 배운 것은 쉽게 휘발되어 버리는데, 어릴 때 별 생각 없이 머리에 넣어두었던 것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험을 자주 한다. 어린 시절 중학교 한문 수업 당시 선생님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외워야만 했던 한자나 한시 한 줄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알량한 자존심을 다소나마 충족시켜 준다. 지금도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樹欲靜而風不止), 자녀는 모시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子欲養而親不待)”라는 한시 구절을 조용히 읊조릴 수 있는 것은 그 당시 무조건 암기하여야 했던, 그때는 정말로 싫었던 어릴 적 교육 때문이 아닌가 한다.
성인이 되면 배운 것은 제대로 익히기도 힘들뿐더러 장기간 기억도 쉽지 않아 쉽게 뇌리에서 사라져 버린다. 현대 뇌과학에서도 어린 시절에 이미 뇌의 큰 골격을 이루는 고속도로는 완성되고, 이후에는 국도나 간단한 지방도, 뒷골목 정도의 사소한 구조만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 시절에 제대로 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 공동체의 규범적 가치가 내면화되고 건전한 법의식이 함양되어 뇌리에 각인될 수 있다면, 그 이후에는 이미 형성된 큰 틀에 따라 어려움 없이 습관적으로 건전한 민주시민에 걸맞은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2008년 제정된 법교육지원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시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다지 잘 기능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연구기관에 근무할 당시 교사용 법교육 강의안 개발 연구에 관여한 적이 있다. 학교의 법교육에서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시 법교육 실태를 보니, 대부분의 사회과목 교사들이 대학에서 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법지식 수준이 일반인과 별반 차이가 없었고, 일부 교사들은 학생으로부터 창의성 있는 깊이 있는 질문을 받는 것이 두려워 법을 자세히 가르치지 않고 회피하여 빨리 넘어가려는 경향도 보인다고 자탄하고 있었다. 법무부에 법교육위원회가 설치되고, 법원 등 국가기관에서 교사들에게 법교육 직무연수 기회를 부여하지만 너무 미흡하고, 교육에 활용할 교재도 충분하지 못하였다. 법은 사회현실과 절대적으로 맞닿아 있는데 법 실무 경험자들에 의한 법교육도 미진해 보였다. 특히 교육부에서 학교 교육을 기본적으로 관장하는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교육의 배타적 시스템 안에서 법교육의 중요성이 거의 무시되어 필수과목도 아닌 상태에서 교육시간도 부족하고, 교육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법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친근한 존재이다. 약속을 왜 지켜야 하는지,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타인의 다른 의견을 왜 배척하지 않고 존중해야 하는지, 새치기를 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 일상생활의 기본을 이루는 도덕률이기도 하지만 그 근저에는 법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생활을 모티브로 한 모든 소설과 영화, 드라마 속에도 법이 녹아 들어 있다. 이러한 생생한 자료에서 추출된 법에 관한 흥미로운 이슈를 재료로 삼아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있게 법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는 진영논리에 따른 양극화 문제, 사회적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 내의 인권침해나 폭력, 사적 복수, 인터넷을 통한 각종 범죄 등도 결국 가치관과 인격이 형성되는 어릴 적 교육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어린 시절 법교육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AI시대에 미리 컴퓨터 코딩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법에 관한 교육은 그 효과가 바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교육은 백 년을 내다보는 큰 그림이다. 어릴 때 제대로 된 법교육을 통하여 뇌리에 박힌 건전한 법의식이 결국 우리 민주사회를 건전하게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강영수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백송)
세 살 법교육 여든까지
세 살 법교육 여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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