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선발 명분 아래
2011년 법조일원화 도입
경력 3년부터 시작해
2029년엔 10년 적용
법관 처우개선 등
전제조건 미흡한 채
막상 시행해 보니
현실과 괴리 커
이상과 명분은
기득권 타파하고
변화의 동력 되지만
특정 목표 과잉 반영
세부설계 부실하기도
또 한번의 입법적 결단 필요한 때

우리는 어떤 판사로부터 재판받기를 원할까. 이상적인 판사의 상을 펼치기는 쉽다. 전문성, 공정성, 성실성, 도덕성, 청렴성 등등을 두루 갖춘 전지전능한 판사. 그렇지만 최적의 법관을 선발하는 일은 이상에 다가서는 과정이자 현실이기에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즉시 법관으로 임용하여 판사의 경력을 쌓아나가는 ‘커리어시스템’은 1990년대부터 문제점을 지적받아왔다. 사회경험이 없는 젊은 판사로부터 재판을 받는 데 대한 거부감이 커질수록 기존 제도의 수명은 단축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로스쿨 제도와 함께, 일정 경력의 법조인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된다.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충분한 사회적 경험과 경륜을 갖춘 법관을 선발한다는 명분 아래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즉시 시행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법조경력을 3년, 5년, 7년 이상으로 순차 높이는 경과 규정을 두었다. 그 후 두 차례 경과기간이 유예되었으나 올해 말 법조경력 5년 이상의 시기가 끝나고, 내년부터는 7년 이상,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의 적용을 앞두고 있다.
‘커리어시스템’이냐 ‘법조일원화’냐의 30년 간의 논쟁은 2011년 결판이 났지만, 어느 정도의 법조경력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거대한 이상과 명분은 기득권을 타파하고 낡은 시스템을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하지만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특정 목표가 과잉 반영되거나 세부설계가 부실한 경우를 흔히 보아왔다.
입법 당시부터 법조일원화의 전제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채 10년 이상 법조경력을 요구할 경우, 우리가 원하는 법관을 선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었으나 소수의견으로 묻히고 말았다. 10년은 되어야 충분한 경험과 경륜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에는 다들 솔깃하였지만, 실제 10년 이상 경력의 우수한 법조인이 얼마나 법관으로 지원할지에 대하여는 짐짓 외면하였다.
법조일원화의 전제는 법관처우 개선, 원칙적인 단독재판, 절차주재자로서의 법관, 판결문 간이화 등이다. 장기간의 법조경력 요건이 부가되어 법관 지원이 더 어렵게 되었다면, 이를 상쇄할 시스템의 변화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만 더 커질 뿐이다.
실제로 3년, 5년 이상의 법조경력자 중 법관을 임용하는 시스템을 10년 이상 시행해 본 결과, 그 기간을 확대하는 데 대하여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된다. 법원 내부뿐만 아니라 재판 현장을 뛰면서 당사자를 대변하는 변호사들 상당수도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법조일원화 도입 이후 법관의 평균연령은 44.6세로 5년 이상 높아졌고, 신임 법관의 평균연령은 35.4세가 되었다(2023년 기준).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대입하면, 법관 평균연령은 50대, 신임법관 평균연령은 40대로 높아질 것이다. 원숙한 판사로부터 재판을 받는다는 안도감보다 기록 검토가 부실해지지 않을까 근심이 앞선다. 일터에서 자리 잡고 자녀양육과 교육에 한창 신경 쓸 10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이 얼마나 판사로 옮길까 의문이 생긴다. 법관의 세대별 다양성은 중요하지 않은지 되묻게 된다.
일각에서는 입법적 결단이 된 이상, 일단 10년 이상 법조경력자 중에서 판사를 선발해 본 후 재정비 여부를 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법조일원화가 정착되기도 전에 입법취지를 무너뜨리면 안 된다는 충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법조경력 5년이냐 10년이냐의 논의는 법조일원화의 정착을 위하여 이상과 현실의 접점을 찾는 과정이지 법조일원화의 방향을 역행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홍기태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전 사법정책연구원장)
법관의 자격
법관의 자격
우리는 어떤 판사로부터 재판받기를 원할까. 이상적인 판사의 상을 펼치기는 쉽다. 전문성, 공정성, 성실성, 도덕성, 청렴성 등등을 두루 갖춘 전지전능한 판사. 그렇지만 최적의 법관을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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