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의 향연-지구상상전
‘지금-여기’만 찍을 수 있는 속성 벗어나 생각의 날개
컴퓨터 합성까지…그저 눈으로만 보고 멋대로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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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예술의 전당에서 개막된 <현대사진의 향연-지구상상전>(한겨레신문사·환경재단 공동주최)은 현대작가 10인이 상상한 지구와 자연과 인간을 다루고 있다. 알다시피 사진은 그림과 달라 ‘상상’할 수가 없는 매체다. 카메라 앞에 펼쳐져 있는 동시대 시공간의 대상만 찍을 수 있는 것이 사진이므로 미래에 벌어질 일, 과거에 지나간 일들은 기록할 수가 없다.
이번 <지구상상전>은 그러한 사진의 속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노골적으로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상상의 세계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가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며 과거의 일이지만 인간의 능력으로는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지나가버린 상황을 자유롭게 재연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10명의 작가는 저마다 다른 작가적인 정신세계로 나름의 다른 상상력을 선보인다. 전체적으로 봐서 이번 전시는 아이들이 환영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어른들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본다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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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예술-치유 세 주제
전시는 크게 세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지구를 뜻하는 영어 단어 ‘E ART H‘를 해체하여 각각의 부분을 재구성했다. 그 처음은 E에서 파생한 환경(environmental)이다. 닉 브랜트, 조이스 테네슨 등이 등장한다. 아프리카에서만 사진을 찍는 닉 브랜트는 야생동물을 찍으면서도 망원렌즈를 쓰지 않는다. 그는 가까이 가야 동물들의 개성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인물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해보라. 30미터쯤 되는 거리에서 인물의 영혼을 담아내길 기대할 순 없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전시장의 초반부에서 대형으로 인화된 코끼리, 기린, 사자 등을 보면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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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ART, 말 그대로 예술적 사진들이다. 카메라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컴퓨터를 통해 합성을 했고 그 덕에 디지털아트의 자유분방함이 뛰어다니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존 고토, 지아코모 코스타, 데이비드 트라우트리마스가 맡고 있다. 존 고토는 디지털아트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그림 같은 사진’들의 도움을 받아 미래의 동화를 그려냈다. 이번에 선보이는 <플러드스케이프>시리즈는 홍수가 주제다. 자연재해에 대한 인간의 행동양식과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감독들이 대형재난영화를 통해 미래를 걱정하는 것과 같아 보인다.
마지막은 H에서 따온 치유(healing of the earth)다. 환경오염의 현장도 보여주고 오염을 극복하려는 실천, 대안을 제시한다. 피포 누엔-두이, 데이비드 마이셀 등의 풍경사진이 겉으로는 아름답다. 그러나 작가들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은 불편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으로 미래를 극복, 치유하고 싶어 했음을 이해하겠다.
아픈 지구, 어쩌면 좋을까
그러나 이 전시는 사진의 내용을 이해하려고 들어선 안 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미술이나 음악과 마찬가지로 사진전도 그 내용과 정면으로 마주서서 속속들이 파악하려고 들면 땀이 나고 눈과 귀와 다리가 아플 것이다. 그러니 이번 전시의 감상 포인트는 전시의 제목처럼 상상력이다. 눈에 보이는대로 보고 멋대로 상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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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열 명의 작가들이 하나같이 지구의 환경과 미래를 걱정하면서 작업을 했다는 것, 한 가지만 새겨두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도움이 될 것이다. 지구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사진이 상상한 지구’를 보고 나서 미래에 대한 해법을 어린이들만의 순수한 상상력으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열 명 작가들의 바람이다. 에티오피아와 몽골에 나무 보내기운동, 초록색이 들어간 의상을 입은 입장객은 반값으로 할인해주는 환경의 날(6월 5일) 이벤트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부대행사가 전시장에서 펼쳐진다. 전시는 8월 10일까지 열린다. |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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