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초현실주의
(25)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초현실주의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최근에 자신의 얼굴이 작품보다 더 유명해진 화가이다. 몇 년 전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스페인 원제목 La Casa de Papel, 영어로는 은행 강도(Money Heist)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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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최근에 자신의 얼굴이 작품보다 더 유명해진 화가이다. 몇 년 전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스페인 원제목 La Casa de Papel, 영어로는 은행 강도(Money Heist)로 번역)’의 주인공들이 마드리드의 조폐공사를 털면서 똑같이 쓴 가면이 달리의 얼굴이다<사진>. 가면을 쓰고 인질을 잡아 강도질하는 불법 무리가 드라마 속에서는 부패와 권력욕, 도덕적 타락으로 얼룩진 경찰, 정치인 등과 맞서는 ‘정의로운 로빈후드’로 그려진다. 엄청난 과장이지만, 가늘게 반짝이는 현실의 그럴싸한 단면이 그럴듯한 지력과 상상의 치밀한 실타래를 타고 펼쳐지는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 같은 이야기다.

피카소가 큐비즘을 완성하고 있던 무렵 같은 스페인 고향 출신의 화가 달리는 이렇게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 같은 미술 사조를 이끌었다. 한국말로 ‘초현실주의’는 ‘Surrealism’이라는 서양말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현실을 초월했다는 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몽환적인 비현실 세계를 마치 현실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이성이나 미적 논리 등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발현되는 무의식의 심상, 꿈에서 보이는 잠재의식 등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미술가의 창의력을 해방시키는 진짜 동력이라고 생각했다. 달리는 그중에서 몽환을 가장 극도로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든 작가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비이성적 혼란(irrational confusion)을 체계화했다”라고 말했다.

달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흐느적거리는 시계를 그린 “The Persistence of Memory”이다.<그림1> 멀리 배경으로 보이는 경치는 달리의 고향인 카탈로니아 해변의 절벽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전면에는 현실적 배경과 완전히 반대되는 비현실적인 것들을 배치했다. 치즈가 시간이 지나면 녹아내린 것을 은유한 듯한 흐느적거리는 시계, 시간이 지나면 썩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오렌지색 시계 위에 드글거리며 모여든 개미 떼가 보인다. 무의식적인 연상 속에서 떠오른 이미지라면 흐릿하고 불투명한 추상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달리는 비현실적인 것들을 편집광처럼 맹렬하고 치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꿈이나 환상을 클로즈업 사진으로 찍어서 그 이미지를 그대로 그린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환영적 사진(illusionistic photography)’이라는 말이 붙는다.

달리의 그림 세계가 보다 성숙해졌을 때 나온 작품 중에 “Old Age, Adolescence, Infancy (The Three Ages)”가 있다. 노년, 사춘기, 어린이의 모습을 자연과 중첩시킨 그림이다.<그림2> 캔버스에는 세 개의 얼굴이 보인다. 왼쪽의 수염이 난 노년의 얼굴은 폐허가 된 무너진 벽 담장으로 보이는 낭떠러지의 이미지로 그려졌다. 가운데 사춘기 얼굴의 입은 여자의 뒷모습으로, 두 눈은 멀리 보이는 고향 풍경 속의 집으로 표현했다. 오른쪽의 작은 유년기 얼굴의 입은 고기잡이 그물을 손질하는 여인의 뒷모습으로 그렸다. 전경(前景)과 후경(後景)의 서로 다른 초점들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미지의 이중성을 유려하게 펼쳐내는 천재성이 빛난다.
기괴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한 달리의 그림은 관객과 비평가의 시선을 끌면서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컬렉터들에게 큰 인기가 있었고 특히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시샘과 비판도 따랐다. 초현실주의 동료 작가 앙드레 브레통(Andre Breton)은 ‘Salvador Dali’의 철자 순서를 바꾸어 ‘Avida Dollars’라며 ‘달러를 탐욕’하는 화가라고 공격했다. 더구나 달리는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나 히틀러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종종 했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지향하는 반(反) 파시즘, 반(反) 부르주아 성향과도 맞지 않았다. 브레통은 달리가 “연예인으로 추락했다”며 그를 초현실주의 그룹에서 추방했다.
달리는 그러나 “복잡함(complexity)에 찬성한다”며 브레통과 같은 ‘초현실주의자’들과 자신 간에 차이가 있다면 자신이 더 초현실주의자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정치적 모토와 같은 단순한 틀에 가두지 않았다. 복잡한 것을 심미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달리의 그림은 사실주의가 해체되어 갈 때, ‘파편’처럼 남았던 사실주의적 묘사를 능란하게 활용하여 비현실을 현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미술사조가 구상에서 추상으로 흘러간다고만 단순하게 보는 사람들은 사실적 표현이 쓸모없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달리의 초현실주의는 구상을 비현실의 세계에 구현했다.
케이트 림 (아트플랫폼아시아(APA) 대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초현실주의
(25)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초현실주의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최근에 자신의 얼굴이 작품보다 더 유명해진 화가이다. 몇 년 전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스페인 원제목 La Casa de Papel, 영어로는 은행 강도(Money Heist)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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